시간 위에 새긴 이름
바람을 낮게 가르던 등선의 순례자, 오베로사루스 파라다소룸이라 부릅니다. 오베로사루스 파라다소룸이라는 이름은 남미의 오래된 대지에 남은 조용한 서명처럼 들립니다. 2013년 Coria와 동료들이 붙인 이 이름은, 단 한 번의 만남만으로도 긴 시간을 울리게 합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아르헨티나 Neuquen의 지층을 스치면 산토니아절의 공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먼지처럼 되살아납니다. 그 시간은 86.3 ~ 83.6 Ma, 침묵의 무게가 땅의 결마다 깊게 내려앉던 시절이었습니다. 여기서 이 공룡의 흔적은 거대한 외침보다 낮은 숨결로 시작되고,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오베로사루스의 몸은 화려함보다 균형을 택한 삶의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버티고 나아가기 위한 오래된 연습처럼 그려집니다. 비로소 그 형태는 힘을 뽐내는 장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매일 조율한 자세였다는 인상을 남깁니다. 베로키사루스 우니쿠스와 오베로사루스 파라다소룸,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산토니아절의 Neuquen에는 베로키사루스 우니쿠스와 알바레즈사루스 칼뵈의 그림자도 나란히 스며듭니다. 그러나 이 만남은 전면의 충돌보다, 서로 다른 몸의 문법이 동선을 나누며 평원을 비켜 가는 균형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동을 먼저, 누군가는 방어를 먼저 세우며 하루의 리듬을 달리했고, 그리하여 한 땅은 여러 생의 호흡을 함께 품었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름을 떠받치는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쉽게 내주지 않은 희귀한 페이지입니다. 그래서 오베로사루스 파라다소룸은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을 남겨 둔 현재형의 서사로 머뭅니다. 미래의 발굴이 그 여백을 조금 더 밝혀 준다면, 우리는 이 조용한 순례자의 하루를 더 선명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