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앞질러 지면을 읽는 존재, 베로키사루스 우니쿠스
베로키사우루스 우니쿠스라는 이름은, 산토니아절의 바람결에 남은 가느다란 호흡처럼 들려옵니다. 보나파르트가 1991년에 붙인 이 학명은, 오래 잠든 대지 위에 다시 한 번 시간을 깨우는 호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이 낮은 숨으로 흔들리던 때, 지금의 아르헨티나 네우켄과 리오네그로에는 86.3 ~ 83.6 Ma의 계절이 길게 번져 있었습니다. 마른 평원과 얕은 물길이 번갈아 풍경을 바꾸고, 먼지와 햇빛은 하루의 경계를 천천히 흐려 놓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 장면 한가운데서 이 작은 존재의 발걸음은 가볍지만 또렷하게 이어집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공룡의 길은 거대한 과시보다, 자신만의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 방식을 다듬는 쪽으로 전개됩니다. 한 걸음 먼저 다가서고 한 걸음 먼저 비켜서는 리듬은, 거친 시대를 건너기 위한 조용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몸의 형상은 힘의 선언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오래 다듬은 문장처럼 남습니다. 아킬레사루스 마나즈조네와 베로키사루스 우니쿠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산토니아절의 네우켄권에서 아킬레사우루스 마나즈조네는 베로키사우루스 우니쿠스와 서로 다른 간격의 질서를 그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알바레즈사루스 칼뵈 또한 같은 땅에서 다른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지녔고, 평원은 하나의 규칙이 아닌 여러 리듬으로 채워졌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정면의 소모 대신 먹이와 동선을 나누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해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름난 화석 흔적이 단 두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남긴 희귀한 증언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베일은 두터워지고, 지층 속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페이지가 조용히 접혀 있습니다. 미래의 발굴은 빈칸을 메우는 일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이 서사에 다음 숨결을 얹는 기다림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