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빛 들판의 속삭임, 큐파니쿠스 즈하느기
큐파니쿠스 즈하느기라는 이름은 늦은 백악기의 바람결에서 겨우 들리는 발자국처럼 남아 있습니다. 2018년 Lu 외의 손에서 불린 이 이름은, 거대한 존재들 사이에서도 사라지지 않으려는 작은 생의 결심을 조용히 전해 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중국 Luanchuan의 지층을 스치면, 마스트리흐트절의 공기는 아직도 마르지 않은 먼지처럼 떠오릅니다. 그 시간은 72.1 ~ 66 Ma로 접혀 있으며, 빛과 그림자가 번갈아 땅을 쓸던 하루하루가 생존의 표정을 천천히 바꾸던 시절이었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큐파니쿠스의 체형 프레임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순간의 간격을 읽어내는 쪽에 가까웠을 것으로 그려집니다. 무게를 어디에 싣고 얼마나 다가설지 조절하는 움직임은, 위험과 기회가 한 호흡 안에 섞인 세계에서 오래 버티기 위한 고단한 선택이었습니다. 반지 롱와 큐파니쿠스 즈하느기,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시기 같은 권역에서 반지 롱과 카로노사루스 지넨시스가 모습을 드리우면, 큐파니쿠스 즈하느기의 동선도 더욱 섬세하게 나뉘어 전개됩니다. 반지 롱과는 체형의 결이 달라 가까워질 때와 물러설 때의 리듬이 달랐고, 카로노사루스 지넨시스와는 무게중심 운용의 차이로 같은 압력 앞에서도 다른 길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그 평원은 함성보다 침묵으로, 충돌보다 비켜 섬으로 균형을 지켜낸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종을 붙드는 화석은 단 한 점, 그래서 이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증언입니다. 어쩌면 아직 깨어나지 않은 층위 어딘가에 다음 장면이 누워 있고, 미래의 발굴은 큐파니쿠스 즈하느기의 하루를 더 길고 선명하게 이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