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안개에 새긴 숨결, 사하리냐 에룬쿠노룸
사하리냐 에룬쿠노룸이라는 이름은 늦은 백악기의 찬 공기 위를 조용히 건너는 발걸음처럼 들립니다. 어쩌면 이 공룡의 하루는 거칠게 솟구치기보다, 오래 버티기 위한 느린 리듬으로 전개됩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마스트리흐트절의 끝자락, 70.6 ~ 66 Ma의 시간은 오늘의 중국 헤이룽장에 축축한 바람과 넓은 평원을 남겨 두었습니다. 그리하여 지층은 계절의 무게를 겹겹이 품고, 그 위로 사하리냐의 숨결이 낮고 길게 번져 갔을 모습입니다. 비로소 우리는 지명 하나를 넘어, 그 땅의 공기와 흙의 온도까지 함께 떠올리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사하리냐의 몸은 한순간의 속도만을 좇지 않고,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끊임없이 가다듬어 온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그래서 그 체형의 결은 화려한 과시보다 다음 계절을 통과하려는 인내에 가까웠고, 진화는 승부가 아닌 생활의 문법으로 남습니다. 사하리냐 에룬쿠노룸,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마스트리흐트절의 하늘 아래 우라가사루스 도느기와 반지 롱의 자취도 함께 떠오르며, 평원은 단일한 주인의 땅이 아니었음을 보여 줍니다. 분류 갈래가 다른 이들은 정면의 소모전을 택하기보다 서로의 강점을 피해 동선을 나누고 시간을 어긋나게 쓰며, 긴장을 균형으로 바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하여 한쪽이 물가를 지나간 뒤 다른 쪽이 바람 잦은 길을 택하는 식의 조용한 공존이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지금 우리 손에 닿는 사하리냐의 흔적은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낸 희귀한 증거여서,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아껴 둔 비밀처럼 다가옵니다. 2008년 고드프로아 연구진이 그 이름을 세상에 올렸지만, 생애의 많은 장면은 여전히 베일 속에서 천천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남은 여백은 침묵이 아니라 미래의 발굴이 이어 써야 할 다음 장면으로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