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돌의 숨결을 갑옷처럼 두른 순례자, 스테고펠타 란데렌시스. 스테고펠타 란데렌시스라는 이름은 1905년 Williston의 손끝을 지나, 오래된 대지의 박동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미국 Fremont의 지층을 쓰다듬으면, 알비아절에서 투로니아절로 이어지는 105.3 ~ 93.5 Ma의 시간이 서늘한 먼지처럼 피어오릅니다. 비로소 그 땅의 공기는 급한 포효보다 오래 버티는 숨을 요구했고, 이 존재는 그 느린 리듬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배워 갔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스테고펠타 계통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은, 같은 평원에서도 몸의 문법을 다르게 써야 했던 운명을 말해 줍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체형과 방어의 결은 공격보다 지속을 향해 다듬어졌고, 하루를 넘기는 일이 곧 진화의 문장이 되는 모습입니다. 드로마사루스 알베르텐시스와 스테고펠타 란데렌시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시기 같은 권역에서 드로마사루스 알베르텐시스와 에람뱌 카롤조네사는 또 다른 방식으로 바람을 가르며 살아갔습니다. 어쩌면 셋의 만남은 충돌의 연대기가 아니라, 서로의 속도와 동선을 읽고 비켜 서며 생태계의 균형을 완성해 가는 장면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에게 허락된 흔적은 단 한 점, 분류번호 63886으로 이어진 희귀한 목소리뿐입니다. 그러나 이 적막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여백이며, 미래의 발굴은 아직 말해지지 않은 스테고펠타 란데렌시스의 다음 문장을 끝내 들려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