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 위에 남은 낮은 포효, 크숑권롱 배묀시스
크숑권롱 배묀시스의 이름은 바람이 오래 머무는 지층에서 천천히 떠오릅니다. 거대한 시대의 한가운데서도 이 존재의 발자취는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조용한 긴장으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이름은 힘의 과시보다, 끝내 살아남으려는 호흡의 길이를 먼저 들려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압티아절의 대지, 곧 125 ~ 113 Ma의 긴 시간대가 펼쳐지면 중국 Gansu의 풍경은 뜨거운 빛과 먼지의 결로 살아납니다. 바위층 사이를 스치는 공기는 느리게 흐르지만, 그 느림 속에서도 생명들의 선택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한 종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 자체가 밀어 올린 생존의 장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크숑권롱의 몸은 티라노사우루스류의 결을 품은 채, 사냥과 경계를 오가야 했던 삶의 리듬에 맞춰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체형의 균형과 거리 감각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다가가고 물러나는 판단을 매일 새로 써 내려간 결과로 그려집니다. 어쩌면 그 구조 하나하나에는 포식자로 살아가되 무모해지지 않으려는 오래된 절제가 배어 있었겠습니다. 수즈후사루스 메가테리데스와 크숑권롱 배묀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압티아절, 같은 Gansu에서 수즈후사루스 메가테리데스와 크숑권롱 배묀시스의 동선은 맞닿되 오래 겹치지 않도록 흩어졌을지 모릅니다. 또한 아르카케라톱스 유징졘시스는 방어와 회피의 리듬으로 평원을 건너며, 포식의 그림자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을 가능성이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긴장감은 정면 충돌보다, 서로의 자리를 읽고 비켜서는 정교한 공존으로 이어졌습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지금 우리 손에 닿는 화석의 흔적은 단 하나, 그래서 이 존재는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남긴 희귀한 증언으로 남습니다. Li 외가 2009년에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에도, 그 이름 뒤에는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들이 깊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다음 발굴의 순간은 이 조용한 여백을 깨우며, 크숑권롱 배묀시스의 생애를 더 따뜻하고 또렷하게 밝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