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강가의 낮은 별빛, 알나세트리 케르로포리켼시스
알나세트리 케르로포리켼시스는 거대한 이름들 사이에서 오히려 작은 숨으로 오래 남는 존재입니다. 그 이름은 사나운 승부보다 버티는 리듬을 떠올리게 하고, 오래된 평원 위에 조용한 긴장을 남깁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아르헨티나 Rio Negro를 감싸던 땅은 세노마니아절에서 투로니아절로 흘러가며 느린 계절을 켜고 끕니다. 그 장대한 막은 99.6 ~ 93.5 Ma의 길이로 펼쳐지고, 물길과 퇴적의 호흡 속에서 생명들의 동선이 매일 새로 짜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알나세트리의 발걸음도 그 바람결에 맞춰, 서두르지 않되 결코 멈추지 않는 생존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알나세트리 계통의 몸은 한순간의 위용보다, 위험을 덜어 내고 반응을 앞당기려는 고단한 선택을 품은 모습입니다. 작은 구조의 조율 하나에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시간이 스며 있었고, 그래서 움직임은 절제와 민첩 사이를 오갔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 섬세한 균형이야말로 세노마니아절의 압력 앞에서 끝내 무너지지 않게 한 버팀목이었겠습니다. 알나세트리 케르로포리켼시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세노마니아절의 Rio Negro에는 아니랍토르 리베르타템과 비켄테나랴 아르겐티나도 나란히 시간을 건넜습니다. 출발한 체형의 틀과 방어 구조가 서로 달랐기에, 이들은 정면의 소모전보다 먹이와 이동의 결을 달리하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해 비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평원은 승자 하나를 남기기보다, 다른 전략들이 맞물려 오래 숨 쉬는 균형으로 유지됐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알나세트리에게 허락된 화석의 흔적은 단 한 차례라서, 오히려 지구가 아껴 둔 희귀한 증언처럼 더욱 선명합니다. Makovicky 외 연구진이 2012년에 붙인 이름은 결론이 아니라, 아직 열리지 않은 장면을 예고하는 조용한 서문입니다. 여전히 Rio Negro의 지층 아래에는 이 공룡의 하루를 더 길게 이어 줄 조각들이 잠들어 있고, 미래의 발굴이 그 침묵을 천천히 깨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