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견디는 거대한 숨결, 에팍토사루스 스큗퇴
에팍토사루스 스큗퇴라는 이름은, 거친 시간의 표면을 천천히 밀고 나간 생의 호흡을 떠올리게 합니다. 에팍토사루스 스큗퇴는 사라진 대륙의 침묵 속에서도 잔향을 남기며, 먼 과거의 들판을 다시 열어 보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아르헨티나 사르미엔토의 땅은 바람과 흙의 층위를 켜켜이 품은 채, 세노마니아절에서 코니아시안절로 이어지는 99.6 ~ 89.3 Ma의 긴 호흡을 지나왔습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의 발걸음은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지층이 천천히 넘겨 준 계절의 연속으로 전개됩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돌이지만, 그 안에서 들려오는 것은 끝내 살아남으려는 박동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존재의 몸은 화려함보다 버팀을 택한 체형의 문장으로 읽힙니다. 같은 시공간의 이웃들과는 다른 거리 운영 방식이 암시되며, 그 선택은 먹고 쉬고 움직이는 하루의 질서를 조용히 바꾸었을 것입니다. 비로소 해부학은 형태의 과시가 아니라, 오래 견디기 위해 다듬어진 생활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크세노타르소사루스 보나파르테와 에팍토사루스 스큗퇴가 나눈 공존의 거리 세노마니아절의 사르미엔토 권역에서 크세노타르소사루스 보나파르테와 스친 시간은, 충돌보다 간격의 기술을 요구했을 모습입니다. 서로 다른 체형 프레임과 동선의 리듬은 정면의 다툼 대신 각자의 속도와 반경을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을 만들었겠습니다. 또한 같은 시대의 기가노토사우루스와는 분류의 결이 달라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짜였고, 평원 위 긴장감은 조용한 공존으로 이어졌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Powell이 1990년에 이름을 붙인 뒤에도, 에팍토사우루스 스큗퇴는 단 두 점의 화석 흔적으로만 모습을 내어 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희소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가장 아껴 남긴 깊은 여백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새벽에서 우리는 이 조용한 거인의 하루를, 지금보다 조금 더 또렷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