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평원의 낮은 숨결, 아나비세탸 살디비
아나비세탸 살디비라는 이름은, 남미의 오래된 땅이 간직한 조용한 생존의 결을 불러냅니다. 2002년 Coria와 Calvo가 이 이름을 세상에 올렸을 때, 한 생명의 윤곽보다 더 긴 시간의 떨림이 함께 깨어났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오늘의 아르헨티나 네우켄에 해당하는 땅은 투로니아절에서 코니아시안절로 건너가던 93.5 ~ 89.3 Ma의 바람을 품고 있었습니다. 모래와 강의 결이 느리게 겹치던 그 평원에서, 아나비세탸의 발걸음은 소리보다 먼저 지층에 스며드는 모습입니다. 시간은 거칠었지만 풍경은 고요했고, 그 고요 속에서 작은 움직임 하나도 생존의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나비세탸의 몸은 화려한 과시보다 하루를 무사히 건너기 위한 절제의 문법을 택한 듯 그려집니다. 거대한 이웃과 같은 땅을 나누어야 했기에, 체형의 프레임과 거리 운영은 맞서기보다 피하고 이어 가는 쪽으로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그 선택은 빠른 승부보다 오래 버티는 리듬에 가까웠고, 그래서 이 작은 존재의 진화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온기를 남깁니다.
투로니아절의 아나비세탸 살디비, 공존의 균형
같은 네우켄의 하늘 아래, 메가랍토르 나문훅이와 발사루스 만실래가 남긴 흔적은 아나비세탸의 동선과 포개지면서도 완전히 겹치지는 않습니다. 메가랍토르와는 체형의 스케일과 거리 감각이 달라, 서로의 기척을 읽고 자리를 나누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발사루스와는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달랐기에, 같은 시간대를 건너면서도 각자의 리듬으로 평원을 비켜 가는 공존이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생을 증언하는 화석은 단 두 건뿐이어서,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드물게 허락한 희귀한 창문처럼 빛납니다. 그래서 아나비세탸의 하루는 모두 말해지지 않고, 일부는 여전히 지층의 어둠 속에서 숨을 고르는 중입니다. 비로소 다음 발굴의 손길이 닿는 날, 투로니아절의 바람과 코니아시안절의 저녁이 어떻게 이어졌는지 더 선명한 장면으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