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층의 느린 박동, 아노마리페스 즈하
아노마리페스 즈하는 캄파니아절의 바람 속에서 이름을 남긴, 조용하지만 선명한 존재입니다. 거대한 시간의 물결 속에서도 그 보폭은 다급하지 않았고, 오래 잠든 땅의 숨결을 따라 나아가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오늘의 중국 주청 일대가 아직 젊은 대지였던 캄파니아절, 83.6 ~ 72.1 Ma의 시간은 습한 공기와 무거운 침묵을 번갈아 밀어 올렸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곳의 흙은 한 생명의 지나감을 오래 품고, 아주 늦은 시대의 우리에게 낮은 목소리로 장면을 건네줍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노마리페스 계통이라는 출발점은 같은 시대의 이웃들과 다른 몸의 문장을 쓰게 했고, 생존은 그 문장을 날마다 다듬는 일로 전개됩니다. 산퉁고사우루스 계통과 훡시사루스 계통과는 체형과 방어 구조의 설계 철학이 처음부터 달랐기에, 아노마리페스 즈하는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택해 살아갔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그 차이는 우열이 아니라, 같은 계절을 버티기 위한 서로 다른 정답이었을 것입니다. 산투느고사루스 기간트스와 아노마리페스 즈하가 나눈 공존의 거리 주청의 같은 무대에서 산투느고사루스 기간트스와 훡시사루스 애가흐텐스가 시선을 나눌 때, 아노마리페스 즈하는 정면의 충돌보다 거리의 지혜를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의 체형과 방어 방식이 달랐기에, 이동의 길과 머무는 층위도 자연스레 어긋나며 평원의 긴장은 균형으로 바뀌었겠습니다. 비로소 그 생태계는 함성보다 비켜 서는 호흡으로 오래 이어졌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는 지금 우리 앞에 단 한 번 모습을 내민 희귀한 증거로 남아 있으며, 그래서 더 또렷한 상상을 부릅니다. Yu 외 연구진이 2018년에 붙여 준 이름은 끝맺음이 아니라, 지층 속 다음 장면을 기다리는 첫 문장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잠든 주청의 땅이 다시 열리는 날, 아노마리페스 즈하의 하루는 더 긴 서사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