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평원의 고요한 뿔, 카르노타우루스
이 이름은 오래된 바람의 결을 따라 천천히 다가오고, 먼저 실루엣으로 마음에 남습니다. 1985년 보나파르트가 붙인 학명은 한 생명의 윤곽을 넘어서, 사라진 계절의 호흡까지 붙들어 둔 문장처럼 들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아르헨티나 텔센의 지층을 더듬다 보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 곧 83.5 ~ 66 Ma의 시간이 한 겹씩 열립니다. 그리하여 먼지와 빛이 교차하던 고대의 평원 위로, 카르노타우루스가 지나간 하루가 조용히 되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몸집에 비해 매우 작은 앞다리는 결핍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몸의 문법을 바꾼 오래된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어쩌면 이 독특한 체형은 움직임의 리듬과 거리 감각을 한데 묶어, 거친 시대의 압력을 견디게 했을지 모릅니다. 낯선 형태는 그래서 이상함이 아니라, 진화가 남긴 따뜻하고 단단한 응답입니다.
카르노타우루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무대에는 라프라타사루스 아라카니쿠스와 가스파리니사라 킨코살텐시스도 함께 숨 쉬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서로 다른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 방식은 정면 충돌보다 동선을 나누고 타이밍을 비켜 가는 질서를 만들었고, 생태계의 긴장은 파괴보다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그 균형 속에서 각자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하루를 이어갔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화석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남긴 극히 드문 증언으로 읽힙니다. 아직 베일 속에 남은 조각들이 많기에 카르노타우루스의 생애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의 발굴이 이어 써야 할 다음 장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