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능선을 걷는 거구, 퀀졔사루스 아낸시스
퀀졔사루스 아낸시스는 오래된 흙의 숨결을 등에 지고, 중쥐라의 바람 속을 느리게 밀고 나아가는 모습으로 떠오릅니다. 이 이름은 한 종의 표식에 머물기보다, 시간이 몸집을 빚어 생존의 리듬으로 남긴 한 줄의 시처럼 들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중국 루펑의 지층이 젖은 빛을 머금던 바조시안절, 170.3 ~ 168.3 Ma의 긴 오후가 평원 위에 천천히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이 거대한 초식 공룡의 발걸음은 흙먼지와 잎맥의 냄새 사이에서, 한 시대의 공기를 조용히 흔들었을 것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퀀졔사루스라는 계통의 몸은 화려함보다 버팀을 택한 설계로 그려지며, 골격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이 하루의 위험을 하루의 평온으로 바꾸었을 것입니다. 비로소 그 체형은 빠른 과시가 아니라 오래 살아남기 위한 인내의 언어가 되었고, 진화는 그런 선택을 따뜻하게 품어 왔습니다. 아나롱 퀀진시스와 퀀졔사루스 아낸시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루펑의 같은 계절을 건너던 아나롱 퀀진시스와 시대사루스 지내는, 퀀졔사루스 아낸시스와 맞서기보다 서로의 거리와 동선을 나누며 풍경을 함께 완성했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비슷한 압력 아래에서도 각기 다른 체형 프레임과 움직임의 리듬이 자라나, 한 평원 안에 여러 생존의 문장이 나란히 쓰였는지도 모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우리에게 건네진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의 긴 서사에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희귀한 페이지에 가깝습니다. 2000년 Fang 외가 이름을 불러준 뒤에도 여전히 많은 장면은 베일 속에 잠들어 있고, 미래의 발굴은 이 고요한 여백에 새로운 숨결을 더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