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레라사우루스 이스키궈라스텐시스(Herrerasaurus ischigualastensis)는 공룡 초창기에 이미 포식자 설계를 거의 완성해 둔 몸을 보여 준다. 앞다리는 짧지만 손가락과 발톱이 먹이를 붙잡는 역할에 맞고, 뒷다리는 길게 뻗어 짧은 폭발 가속에 유리한 비율로 복원된다. 이 동물은 트라이아스기 후기 아르헨티나 산후안과 바예 페르틸의 범람원에서 살며, 공룡이 생태계 중심으로 이동하던 전환기의 압력을 정면으로 받은 사례다.
가벼운 몸통과 날카로운 턱의 조합
두개골은 길고 턱관절은 깊게 닫혀, 작은 척추동물이나 어린 개체를 빠르게 끊어 먹는 방식에 어울린다. 치아는 균일한 절단칼이라기보다 전방과 후방의 기능이 나뉘는 패턴을 보여, 한 번 물고 흔들어 조직을 뜯는 사냥을 시사한다. 골반과 꼬리는 달리기 때 몸의 흔들림을 제어하는 구조로 읽혀, 짧은 추격 뒤 근거리 제압을 노렸을 것으로 본다.
산후안 생태계에서의 자리 싸움
같은 지층에서 보이는 에오랍토르, 에드로마스, 산후안사우루스를 같이 보면 체급과 먹이 선택이 세밀하게 갈렸음을 짐작하게 된다. 헤르레라사우루스는 완전한 대형 포식자라기보다 중간 체급의 기민한 사냥꾼에 가까워, 빈 공간을 빠르게 점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초식성 조기 용각류 계열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이런 중형 포식자의 압력은 개체군 이동과 무리 행동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공룡 분화 초기를 보여 주는 실전형 표본
이 종의 가치는 가장 원시적인가 아닌가 같은 이분법보다, 여러 파생 형질이 한 몸에서 동시에 작동한다는 점에 있다. 뒤대의 수각류처럼 완전히 특화되지는 않았지만, 사냥과 이동의 핵심 모듈은 이미 효율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헤르레라사우루스를 읽으면 공룡 진화는 직선형 진보가 아니라, 다양한 설계를 현장에서 시험하던 과정이었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