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긴 보폭의 서정,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라는 이름은 한 몸의 초상이라기보다, 땅 위에 새겨진 움직임의 서명으로 다가옵니다. 트라이아스기 후기에서 건너온 이 발의 리듬은, 오래 식지 않는 행진곡처럼 지금도 상상 속 평원을 울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은 237 ~ 201.3 Ma의 시간을 천천히 접어 올리며, 젖은 퇴적면 위를 스쳐 간 걸음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그리하여 1952년 Bock이 붙인 이름은 한순간의 통과가 아니라, 길게 이어진 생존의 호흡으로 되살아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그랄라토르 (으브론테스) 계통이라는 틀 안에서 이 흔적은, 빠르게 체중을 옮기고 순간의 방향을 고르는 보행의 문법을 암시합니다. 어쩌면 발자국의 간격과 흐름은 힘의 과시보다 소모를 줄이려는 선택이었고, 비로소 그 절제가 생존의 기술로 전해집니다.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와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와 그랄라토르 다마네는 같은 계통의 친족으로 불리지만, 같은 무대에서 정면으로 겨룬 상대라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을 맡은 존재들에 가깝습니다. 비슷한 골격의 틀을 나누면서도 자원을 고르는 방식과 이동의 리듬을 달리해, 각자의 길을 존중하며 비켜 갔을 가능성이 그려집니다. 여전히 이 조용한 분화의 장면은 생태계의 균형이 얼마나 섬세했는지 들려줍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스물한 갈래의 흔적은 결코 가볍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생명의 전모를 모두 닫아 두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남은 여백은 부족함이 아니라, 다음 발굴이 덧입힐 한 페이지를 기다리는 베일입니다. 그리하여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의 이야기는 끝맺기보다 미래의 지층을 향해 조용히 전개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