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훔친 작은 발자국, 에랍토르 루넨시스
에랍토르 루넨시스라는 이름은 카르니아절의 바람 속에서 아주 이른 공룡의 심장 박동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Sereno 외 연구자들이 1993년에 붙인 이 이름은, 오래된 땅의 침묵을 깨우는 조용한 호명처럼 남아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아르헨티나 San Juan의 지층이 천천히 입을 열면, 시간은 비로소 237 ~ 228 Ma의 카르니아절로 되돌아갑니다. 먼지와 열, 그리고 비가 번갈아 스치던 그 땅에서 이 작은 공룡의 발걸음은 거대한 시대의 호흡 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에오랍토르의 몸에서 읽히는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은, 빠르게 판단하고 살아남기 위해 다듬어진 고단한 문장처럼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움직임과 경계의 리듬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하루를 건너 다음 새벽으로 넘어가려는 오래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에랍토르 루넨시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카르니아절, 같은 San Juan에서 크로모기사루스 노바시와 에드로마스 무르피도 저마다의 길을 펼쳤습니다. 에오랍토르와 크로모기사루스는 분류의 뿌리부터 달라 이동과 방어의 우선이 어긋났고, 그래서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평원을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또 에오랍토르와 에드로마스는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이 갈려, 같은 압력 앞에서도 다른 생존의 동선을 그렸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오늘 우리 곁에 남은 화석의 흔적이 단 한 번의 만남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속삭임입니다. 어쩌면 San Juan의 아직 열리지 않은 지층 어딘가에서, 에오랍토르의 하루를 더 선명하게 잇는 장면이 여전히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 기대는 끝맺음이 아니라 다음 발굴로 이어지는 조용한 약속으로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