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을 헤치던 방패이빨의 주자, 힙포드라코 스쿠토덴스
힙포드라코 스쿠토덴스라는 이름은 낮은 초원 위를 미끄러지듯 건너던 생의 호흡을 떠올리게 합니다. 2010년 McDonald 외 연구진이 이 이름을 붙였을 때, 오래 잠들어 있던 오테리브절의 맥박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종의 이름은 표지판이 아니라, 사라진 걸음의 온도를 되돌려 주는 작은 문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금의 미국 Grand 일대에 바람이 길게 눕던 시절, 시간은 오테리브절에서 압티아절로 천천히 기울어 130 ~ 122.46 Ma의 층위를 겹겹이 쌓아 올렸습니다. 먼지와 햇빛, 얕은 물길이 번갈아 지면을 적시던 그 땅에서 힙포드라코는 계절의 미세한 변주를 몸으로 읽어 냈을 모습입니다. 연대는 숫자로 남지만, 그 세계는 여전히 숨결과 발소리로 전개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힙포드라코 계통의 체형은 힘을 한곳에 쏟기보다 골격의 비율을 고르게 배분하며, 오래 버티고 재빨리 방향을 바꾸는 쪽으로 다듬어진 듯 그려집니다. 이는 화려한 과시보다 오늘을 무사히 건너려는 선택에 가깝고, 그래서 더 조용한 강인함으로 다가옵니다. 진화는 늘 정답을 주지 않지만, 이 몸의 문법만큼은 살아남기 위한 성실한 문장으로 읽힙니다. 케드로레스테스 크릭토니와 힙포드라코 스쿠토덴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오테리브절의 하늘 아래 Grand 권역과 Emery 주변에서는 케드로레스테스 크릭토니의 그림자도 함께 흔들렸고, 두 계통은 같은 먹이판 가장자리에서 서로의 간격을 세심히 재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동선과 높낮이를 나누어 비켜 가는 순간들이 쌓이며, 평원은 충돌보다 균형으로 유지됐을 것입니다. 또한 같은 Grand의 압력을 겪은 케다로사루스 에스콥패는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 운용에서 다른 해법을 택해, 한 땅이 여러 생존 전략을 품을 수 있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힙포드라코를 전해 주는 흔적이 단 한 차례만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쉽게 내주지 않는 희귀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공룡의 하루는 완결된 초상이 아니라, 지층 속에서 아직 접힌 채 기다리는 다음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언젠가 Grand의 바위가 다시 입을 열면, 우리는 이 조용한 주자가 어떤 속도로 새벽을 통과했는지 더 또렷하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