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 호수의 숨결을 밟는 주자, 이사시쿠르소르 산타크루켄시스
2019년 Novas 외 연구자들이 붙인 이 이름은 남미 남단의 바람 위에 가느다란 발자국 하나를 남깁니다.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던 긴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이사시쿠르소르 산타크루켄시스는 조용하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의 리듬을 들려주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오늘의 Lago Argentino를 감싸는 차가운 숨결을 걷어내면, 83.5 ~ 66 Ma의 대지에는 젖은 평원과 낮게 번지는 빛이 먼저 펼쳐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아르헨티나의 이 땅은 한 존재가 지나간 보폭을 오래 품고, 캄파니아절의 무거운 공기를 천천히 되돌려줍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지만, 그 자리를 건너던 생존의 긴장은 여전히 잔향처럼 남아 있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사시쿠르소르 계통의 몸짓은 거대한 과시보다, 살아남을 거리를 섬세하게 재는 방향으로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어쩌면 그 체형의 문법은 한 번의 격렬한 승부보다 여러 번의 회피와 지속을 선택한, 고단하지만 지혜로운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비로소 그 선택들이 쌓여, 거친 환경 속에서도 자기 속도로 생을 이어가게 했습니다. 눌로티탄 그라캬리스와 이사시쿠르소르 산타크루켄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캄파니아절의 Lago Argentino 권역에는 눌로티탄 그라캬리스와 라프라타사루스 아라카니쿠스도 함께 숨 쉬었습니다. 서로는 같은 무대를 지나되 체형의 틀과 거리 운영 방식이 달라, 정면의 파열보다 동선을 조율하며 자리를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그래서 평원 위의 긴장감은 소모적인 충돌이 아니라, 공존을 가능하게 한 정교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붙드는 화석 흔적은 단 1건, 그래서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어렵게 남긴 희귀한 증언으로 다가옵니다. 이름이 주어진 뒤에도 이사시쿠르소르 산타크루켄시스의 하루는 아직 안개 속에 절반쯤 잠겨 있습니다. 미래의 발굴이 같은 지층의 더 깊은 페이지를 열어 준다면, 우리는 그 조용한 발걸음의 온도를 한층 또렷하게 듣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