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바람의 장중한 걸음, 레스셈사루스 사로푀데스
레스셈사루스 사로푀데스라는 이름은, 느린 대지의 숨결에 맞춰 생을 이어 간 거대한 박동처럼 들립니다. 그 이름은 노리아절 남쪽 땅에서 버텨낸 시간의 온도를 조용히 전해 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노리아절의 하늘 아래, 지금의 Independencia(아르헨티나)에는 마른 바람과 낮은 식생이 번갈아 평원을 스쳐 갔을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 무대는 228 ~ 208.5 Ma에 걸쳐 느리게 흔들렸고, 흙과 계절의 압력은 하루하루를 긴 생존의 호흡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리하여 레스셈사루스 사로푀데스의 걸음도 그 시간의 결을 따라 깊어졌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레스셈사우루스 갈래의 몸은 힘을 한곳에 몰아세우기보다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조율하는 쪽으로 다듬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빠른 승부보다 오래 버티는 삶을 택한 설계였고, 어쩌면 한 번의 계절을 더 건너기 위한 고단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여전히 그 선택의 결은, 같은 시공간을 스친 이웃들과의 차이 속에서 또렷해집니다. 무스사루스 파타고니쿠스와 레스셈사루스 사로푀데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노리아절의 같은 권역에서 무스사루스 파타고니쿠스와 료자사루스 인케르투스도 저마다의 길을 그렸습니다. 산타크루스와 헤네랄 라바예, 라리오하로 이어지는 남쪽 땅에서 그들은 정면으로 밀어내기보다 서로의 이동 동선을 비켜 내며 자리를 나누었을 모습입니다. 비로소 그 평원은 충돌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생존 리듬을 존중하는 섬세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1999년 Bonaparte가 이름을 건넨 뒤에도, 레스셈사루스 사로푀데스가 남긴 흔적은 단 한 번의 화석 장면으로 우리 곁에 머뭅니다. 그러나 이 희귀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감추어 둔 귀한 여백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발굴은 그 여백을 조금 더 열어, 노리아절 Independencia의 공기와 이 생명의 보폭을 다시 들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