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낀 새벽의 이빨,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바람 속에서 가느다란 결을 남긴 존재를 떠올리게 합니다.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는 초기 쥐라기의 문턱에서 조용히 등장해, 길고 느린 시간의 파도를 건너는 생의 리듬을 보여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헤탕절에서 시네무르절로 이어지는 201.3 ~ 190.8 Ma, 남아프리카공화국 Bethlehem과 Mt. Fletcher의 지층은 마른 숨과 젖은 흙냄새가 번갈아 스미는 무대였을 것입니다. 그 땅의 결 사이로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의 흔적이 스며들며, 하루의 빛과 그늘이 번갈아 생존의 장면을 밀어 올립니다. 아주 오래된 시간인데도 그 풍경은 이상하리만치 가까운 숨결로 다가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공룡의 이름에 남은 angustidens의 뉘앙스는 치아의 섬세한 설계가 우연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암시합니다. 거친 환경에서 몸의 균형과 이동의 우선순위를 다듬어 가며, 작은 차이가 하루를 지키는 규칙으로 굳어졌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형태는 장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문장이 되어 세대를 건너 이어졌습니다.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헤탕절의 공기를 나눈 느그에부 인트로코와 헤테로돈토사루스 툭키는 서로를 몰아세우기보다 각자의 길을 정교하게 조절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Bethlehem 권역을 중심으로 동선과 머무는 층위를 달리하며, 먼저 지나간 발자국 위를 굳이 덮지 않는 균형이 전개됩니다. 계통의 차이에서 비롯된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는 충돌보다 비켜 감을 택한 생태계의 예의를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세 번 드러난 화석의 흔적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아껴 둔 페이지처럼 조심스레 남아 있습니다. 1924년 Haughton이 이 이름을 세상에 올린 뒤에도 리코리누스 아느구스티덴스의 하루는 아직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은 Bethlehem과 Mt. Fletcher의 침묵 사이에서, 이 조용한 주인공의 호흡을 조금 더 또렷하게 들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