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곡 바람을 가르는 왕의 그림자, 리트로낙스 아르게스테스
리트로낙스 아르게스테스라는 이름은, 서쪽 하늘의 바람 끝에서 사냥의 리듬을 세운 거대한 호흡으로 다가옵니다. 캄파니아절의 땅에서 시작해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그는 포식자의 침묵이 어떻게 풍경을 지배하는지 보여 주는 얼굴이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이 천천히 열리면, 오늘의 미국 Kane 일대에는 바람과 먼지, 그리고 거대한 발자국의 간격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 무대는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진 83.5 ~ 70.6 Ma의 길고 깊은 저녁빛 속에서 전개됩니다. 비로소 시간은 한 생명의 체온을 품은 채, 평원을 스치는 긴장으로 우리 앞에 되살아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리트로낙스라는 계통의 몸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을 치밀하게 다듬는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던 듯합니다. 먹잇감과 맞서는 순간을 길게 끌지 않고, 필요한 간격을 짧게 접어 들어가는 선택이 그의 생존 문법이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몸의 설계는 우연한 장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반복해 온 결심의 형태로 읽힙니다. 아캐나케파루스 조흐느소니와 리트로낙스 아르게스테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캄파니아절의 Kane에는 아캐나케파루스 조흐느소니와 댜브로케라톱스 에토니도 함께 숨 쉬었고, 평원은 한 종의 독무대가 아니었습니다. 리트로낙스 계통과 디아블로케라톱스 계통은 시작부터 다른 체형 설계 철학을 지녔기에, 어쩌면 서로의 동선을 존중하며 사냥과 방어의 시간을 비켜 갔을 모습입니다. 아캐나케파루스와의 관계 또한 거리 운영 방식의 차이 속에서, 가까워질 때와 물러설 때를 정교하게 가늠하는 균형으로 그려집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흔적이 단 한 번의 화석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서명에 가깝습니다. 2013년 Loewen 외의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불린 뒤에도, 이 존재의 하루는 아직 지층 속 여백에 고요히 눕어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발굴의 삽끝이 닿는 순간, 리트로낙스 아르게스테스의 삶은 더 또렷한 장면으로 우리 앞에 다시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