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견딘 작은 위엄, 테스케로사루스 네그렉투스
테스케로사루스 네그렉투스라는 이름은, 거대한 시대의 소란 속에서도 자기 보폭을 잃지 않던 한 계통의 숨결을 들려줍니다. 1913년 Gilmore가 불러낸 이 이름은 늦은 백악기의 평원 위에 남은 오래된 인사를 오늘까지 이어 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넘어가는 83.5 ~ 66 Ma, 북아메리카의 지층은 느리게 식어 가는 빛과 이동하는 강줄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Bowman과 Slope, 그리고 Alberta를 지나던 바람결마다 이 공룡의 발자취가 겹겹이 스며, 한 대륙의 저녁이 길게 전개됩니다. 외딴 한 지점이 아니라 여러 층위와 여러 땅에서 되풀이된 흔적은, 그 시간이 결코 순간이 아니었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테스켈로사우루스 계통으로 살아간다는 일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체형과 방어 구조를 하루하루의 선택으로 다듬는 과정이었습니다. 힘의 과시보다 버티는 균형을 택했기에, 이들의 몸은 거친 계절을 통과하는 생활의 리듬에 맞춰졌던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존재감은 크기로 설명되기보다, 오래 살아남는 방식의 정교함으로 마음에 남습니다.
캄파니아절의 테스케로사루스 네그렉투스, 공존의 균형
같은 캄파니아절의 들판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코리토사우루스 카숴류스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Bowman권과 Alberta 일대에서 만났을 가능성은 높았지만, 서로는 매번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저마다의 체형과 방어 구조가 허락한 동선을 택해 비켜갔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조용한 거리 두기야말로, 한 생태계가 오래 유지되도록 붙들어 준 보이지 않는 약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지금 우리 손에 닿는 화석 흔적은 27차례의 만남으로 이어지지만, 그 숫자는 결말이 아니라 다음 장을 여는 문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처음 이름 붙여진 뒤 한 세기가 지났어도, 지층은 아직 다 말하지 않은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테스케로사루스 네그렉투스의 이야기는 끝난 전설이 아니라, 미래의 발굴이 천천히 채워 갈 페이지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