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서쪽 지층의 장중한 숨결, 아라모사루스 산줘넨시스
아라모사루스 산줘넨시스는 늦은 백악기의 저녁빛 위를 느리지만 단단한 리듬으로 건너던 초식의 거인이었습니다. 그 이름은 한 종의 표지에 머물지 않고, 끝을 향해 달려가던 시대의 인내를 함께 품고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5 ~ 66 Ma의 긴 구간, 미국 남서부의 에머리와 샌후안, 브루스터를 비롯한 땅에는 바람과 침묵이 켜켜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리하여 이 거인의 흔적은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여러 계절이 겹쳐 흐르는 풍경으로 우리 앞에 열립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알라모사우루스의 체형은 거대함을 과시하기보다, 넓은 평원에서 오래 버티기 위한 신중한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같은 초식의 길 위에서도 그는 식물 자원을 넓게 찾아 나서며, 하루를 길게 끌어가는 방식으로 생을 이어갔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그 느린 보폭은 주저함이 아니라, 끝나가는 시대를 통과하기 위한 가장 성실한 생존의 문법이었습니다. 아라모사루스 산줘넨시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샌후안의 같은 하늘 아래에서는 크리토사루스 나바조뷰스와 나바조케라톱스 술리바니 또한 초식의 시간을 살아냈습니다. 식물 자원을 두고 긴장이 스치던 순간에도, 이들은 정면의 충돌보다 서로의 동선을 읽으며 비켜 가는 균형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로소 같은 평원은 경쟁과 공존이 한 호흡으로 엮이는, 섬세한 질서로 유지되었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길모어가 1922년에 이름을 건넨 뒤에도, 아라모사우루스 산줘넨시스의 하루는 아직 완결된 이야기로 닫히지 않습니다. 스물여덟 번 모습을 드러낸 화석은 풍부한 울림을 남기면서도, 마지막 백악기의 어느 계절에 어떻게 무리를 이루고 흩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을 남겨 둡니다. 그래서 다음 발굴의 한 조각은, 이 거인이 지구의 저녁 무렵을 어떤 숨결로 건넜는지 더 선명하게 들려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