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평원을 건너는 숨결
안데스 남쪽 바람을 천천히 밀어 올리는 존재, 마라르궤사루스 프로렌키. 마라르궤의 오래된 땅이 품은 이 이름은, 멀고 느린 시간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생존의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아르헨티나 Malargue에 발을 딛는 순간, 지층은 코니아시안절에서 산토니아절로 이어진 89.3 ~ 85.8 Ma의 숨을 조용히 되돌려 줍니다. 먼지와 바람 사이로 드러나는 풍경은 서두르지 않고, 그저 오래 버틴 생명들의 발자국을 낮게 들려줍니다. 그리하여 이 무대는 한 종의 등장만이 아니라,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길을 택한 거인들의 시대를 예감하게 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마라르궤사루스 계통의 몸짓은 크기만으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고, 거친 환경 속에서 에너지를 아끼며 이동하기 위한 체형의 문법으로 전개됩니다. 무게를 다루는 방식과 거리를 운영하는 리듬은 화려한 과시보다 오래 버티는 선택에 가까웠고, 비로소 그 선택이 이 이름을 시간 위에 붙들어 두었습니다. 어쩌면 그 느린 균형감각이야말로, 변화 많은 백악기의 압력 앞에서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대답이었을 것입니다. 노토코로스수스 곤자레즈파레자시와 마라르궤사루스 프로렌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기 같은 Malargue의 들판에는 노토코로스수스 곤자레즈파레자시와 멘도자사루스 네구랍의 그림자도 나란히 드리워집니다. 서로는 한걸음씩 물러서며 동선을 달리하고,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각자의 체형 철학으로 하루의 질서를 지켜 냈을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 만남은 충돌의 서사가 아니라, 한정된 환경을 나누어 쓰기 위해 정교하게 조율된 공존의 장면으로 그려집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거인을 둘러싼 화석 흔적은 단 두 번의 목소리로 남아 있어, 오히려 지구 역사가 얼마나 신중하게 비밀을 건네는지 느끼게 합니다. 2009년 González Riga 외가 학명을 세상에 올린 뒤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침묵은 두터운 베일처럼 지층 깊은 곳에 머뭅니다. 여전히 미래의 발굴은 이 여백을 조금씩 밝혀, 마라르궤사루스 프로렌키의 하루를 더 선명한 숨결로 되돌려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