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보다 느리게 계절을 넘는 순례자, 마멘키사루스 이느기
마멘키사루스 이느기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지의 숨을 품은 채, 오늘의 우리 곁으로 조용히 걸어옵니다. 그리고 1996년 Pi 외가 붙인 학명은 한 생명의 무게를 시간 위에 다시 새기는 호명으로 남아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중국 Zigong의 땅이 지금과 다른 빛을 머금던 늦은 쥐라기, 키메리지절에서 티토니아절로 이어지는 157.3 ~ 145 Ma의 막이 천천히 펼쳐집니다. 비로소 그 지층의 바람 사이로 초식의 거대한 발걸음이 지나가고, 풍경은 소리보다 먼저 생존의 리듬을 들려줍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마멘키사우루스라는 같은 계통의 골격 틀 안에서, 이느기는 주어진 몸을 자기 방식으로 다루며 하루를 버텨냈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체형의 운용과 먹이를 고르는 습관, 이동의 결 하나하나가 거친 우연이 아니라 오래 다듬어진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마멘키사루스 지느갸넨시스와 마멘키사루스 이느기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마멘키사루스 지느갸넨시스가 곁을 스쳐도, 둘은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듯 동선을 비켜 두었을 가능성이 그려집니다. 또한 마멘키사루스 호쿼넨시스까지 이어지는 친족의 흐름 속에서 닮은 몸의 언어는 갈래를 만들고, 평원은 경쟁만이 아닌 공존의 균형으로 유지되었겠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우리에게 허락된 흔적이 단 한 점이라는 희귀함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빛나는 여백입니다. 여전히 Zigong의 더 깊은 층위 어딘가에서 다음 장면이 잠들어 있을지 모르며, 미래의 발굴은 마멘키사루스 이느기의 시간을 한층 또렷하게 밝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