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능선을 건너온 이름, 느겍시사루스 다푸캔시스
느겍시사루스 다푸캔시스라는 호명은 오래된 지층의 숨결을 조용히 깨웁니다. 1985년 Zhao가 붙인 이 이름은, 아주 멀리서 도착한 존재의 체온을 지금의 우리 곁으로 데려오는 문장처럼 남아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쥐라기 중기의 땅, 지금의 중국 Xizang Zizhiqu에는 바람과 물결이 번갈아 평원을 쓰다듬던 시간이 전개됩니다. 그 무대는 174.1 ~ 163.5 Ma의 긴 호흡 속에서 천천히 층을 쌓았고, 생명들은 그 느린 박자에 맞춰 하루를 건넜습니다. 그리하여 느겍시사루스의 발자취도 한순간의 소란이 아니라, 오래 축적된 계절의 리듬으로 우리 앞에 떠오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느겍시사루스 계통이라는 자리는 처음부터 자신만의 몸의 문법을 고집해 온 여정으로 읽힙니다. 어쩌면 그 문법은 과시보다 생존을 택하며, 거친 환경의 압력을 견디기 위한 고단한 선택으로 다듬어졌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공룡의 형상은 완성된 답안이라기보다, 살아남기 위해 계속 고쳐 쓴 한 편의 문장처럼 다가옵니다.
쥐라기 중기의 느겍시사루스 다푸캔시스, 공존의 균형
같은 시기 같은 지역의 캉두사루스 라미나프라코두스와 메가로사루스 다푸캔시스가 곁에 서면, 평원은 전쟁터보다 정교한 거리의 예술에 가까워집니다. 서로는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동선을 달리하고 시간을 비껴 쓰며,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방식으로 긴장을 나누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비로소 한 지역의 생태계는 단일한 승자가 아니라, 다른 체형 설계 철학들이 함께 호흡하며 유지한 균형으로 그려집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아 있는 화석 흔적이 1건이라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아주 조심스럽게 건네 준 희귀한 증언입니다. 그래서 느겍시사루스 다푸캔시스는 닫힌 결론이 아니라, 아직 펼쳐지지 않은 페이지를 품은 채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미래의 발굴이 이 여백에 새로운 호흡을 더한다면, 우리는 오래전 Xizang Zizhiqu의 공기를 한층 또렷하게 들이마시게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