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회빛 시간의 순례자, 오흐므데노사루스 랴시쿠스
오흐므데노사루스 랴시쿠스는 토아르시안절의 느린 맥박을 품고 우리 앞에 다가오는 이름입니다. 1978년 Wild에 의해 불린 이 존재는, 오래된 지층의 숨결을 오늘까지 조용히 이어 주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금의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를 덮었던 세계에서는 습한 평원과 얕은 퇴적지가 번갈아 숨을 골랐습니다. 그 장면은 182 ~ 175.6 Ma, 토아르시안절의 길고 무거운 파도 위에서 비로소 전개됩니다. 발밑의 흙과 낮은 하늘 사이로, 한 생명의 보폭이 풍경 전체를 천천히 흔들었을 듯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오흐므데노사루스는 빠른 돌진보다 버티며 나아가는 쪽에 더 가까운 선택을 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골격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다른 길을 여는 생존의 기술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선택 덕분에, 짧은 격돌보다 긴 시간을 견디는 존재로 남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레스스료사루스 프례니느게리와 오흐므데노사루스 랴시쿠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바덴-뷔르템베르크의 무대에는 그레스스료사루스 프례니느게리와 프로콤프속나투스 트랴스시쿠스의 그림자도 겹쳐 보입니다. 시대의 층위는 서로 어긋나 있지만, 한 지형이 준 압력 속에서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는 각기 다른 결로 빚어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긴장감은 정면의 충돌보다, 서로의 자리를 비켜 주며 이어진 정교한 균형에 가까웠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가 건네는 흔적은 단 1건, 그래서 침묵은 부족함이 아니라 희귀한 울림으로 남습니다. 적은 화석은 비어 있는 칸이 아니라 지구가 접어 둔 한 페이지처럼, 아직 닿지 않은 생의 결을 상상하게 합니다.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여백은, 미래의 발굴이 다시 펼쳐야 할 다음 장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