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을 읽는 추적자, 판도라베나토르 페르난데조룸
판도라베나토르 페르난데조룸은 한 이름이 아니라, 오래된 대륙의 숨결을 붙잡아 둔 낮은 메아리처럼 다가옵니다. 그 이름 곁에 선 판도라베나토르 페르난데조룸이라는 학명은, 사냥과 생존의 긴 문장을 조용히 이어 주는 표지처럼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아르헨티나 추붓은 한때 바람과 퇴적이 겹겹이 내려앉던 무대였고, 그 지층의 결 사이로 중생대의 체온이 아직 식지 않은 듯 번집니다. 옥스퍼드절에서 키메리지절로 이어지는 161.2 ~ 152.1 Ma의 구간은 짧은 순간이 아니라, 세대가 바뀌고 풍경의 규칙이 바뀌는 느린 파도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자취는 장소와 시간의 이름표가 아니라, 땅이 스스로 써 내려간 생존의 서막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판도라베나토르 계통이라는 실마리는, 거대한 체구로 밀어붙이기보다 몸의 균형과 움직임의 효율을 다듬는 길을 택했을 가능성을 그려 줍니다. 비로소 그런 형상은 먹이를 좇는 찰나와 위험을 피하는 찰나를 한 호흡으로 묶어, 살아남기 위한 고단한 선택을 몸 전체에 새겼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정교함은 화려함보다 절제를 택한 진화의 문장으로, 조용하지만 단단한 생명의 리듬을 들려줍니다. 판도라베나토르 페르난데조룸,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추붓의 큰 무대에는 파타고사루스 파랴시가 먼저 지나가고, 훗날에는 세케르노사루스 쾨르네리가 또 다른 발자국을 남기며 시간을 건넙니다. 서로 같은 장면에서 맞부딪히기보다, 각자의 시대와 체형의 철학으로 동선을 나누어 평원의 질서를 지켜 냈다고 보는 편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그리하여 이 땅의 생태계는 승패의 함성보다, 서로의 자리를 비켜 주며 이어진 긴 균형의 합주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남겨진 화석 흔적이 1건뿐이라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쉽게 내어주지 않은 희귀한 증언으로 빛납니다. Rauhut와 Pol이 2017년에 이름을 건넨 순간 이후에도, 이 존재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은 채 지층의 얇은 커튼 뒤에 머물러 있습니다. 여전히 추붓의 땅 어딘가에는 다음 장면이 잠들어 있고, 미래의 발굴은 그 침묵을 서서히 목소리로 바꾸어 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