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결을 품은 순례자, 아로사루스 콜훼훠펜시스
아로사루스 콜훼훠펜시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대지 위를 조심스레 건너던 거대한 그림자를 떠올리게 합니다. 같은 계통의 친족들 사이에서도 저마다 다른 몸의 쓰임과 삶의 리듬이 있었고, 이 이름은 그 미묘한 결을 품은 채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6 ~ 66 Ma의 남반구, 오늘의 아르헨티나 Chubut에는 바람과 퇴적이 천천히 계절을 포개고 있었습니다. 그 느린 겹 위로 아로사루스의 발걸음이 스쳐 갔고, 시간은 흙 속에 길고 낮은 숨을 남기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로사루스라는 같은 혈통 안에서도 몸을 운용하는 방식과 머무는 전략은 조금씩 갈라졌고, 그 갈림은 살아남기 위한 세밀한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이 종 또한 거대한 이웃들과 같은 하늘을 나누면서 더 알맞은 지층과 동선을 찾아 자신만의 리듬을 다듬었을 것입니다. 한 번의 선택이 다음 계절의 생존을 여는 시대였기에, 형태와 습성은 곧 삶의 문장이었겠습니다. 아로사루스 료네그리누스와 아로사루스 콜훼훠펜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캄파니아절의 남쪽 대지에는 아로사루스 료네그리누스가 가까운 권역을 누볐고, 더 북쪽 Sao Paulo에는 아로사루스 막시무스가 같은 계통의 시간을 이어 갑니다. 그리하여 이들은 정면으로 다투기보다 서로의 자원을 침범하지 않도록 보폭과 머무는 층위를 달리했을 가능성이 크게 그려집니다. 같은 이름 아래 다른 전략이 공존하던 장면, 그 균형이 당시 생태계의 긴장을 조용히 지탱했을 것입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이 종을 붙잡아 주는 화석의 흔적은 단 한 건, 그래서 오히려 지구의 기억이 얼마나 선택적으로 우리에게 열리는지 보여 줍니다. 2007년 Casal 외가 건넨 학명은 완결이 아니라 시작처럼 들리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계절이 지층 깊은 곳에서 숨을 고릅니다. 미래의 발굴이 한 조각 더 빛을 얹는 날, 아로사루스 콜훼훠펜시스의 서사는 더 길고 따뜻하게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