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층의 순례자, 펠레그리니사루스 포엘리
펠레그리니사우루스 포엘리는 남미의 오래된 대지에 남겨진 느린 숨결처럼 다가옵니다. 1996년 Salgado가 이 이름을 세상에 건넨 뒤, 그 존재는 긴 시간의 강을 건너 오늘 우리 앞에 조용히 서 있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아르헨티나 General Roca의 땅은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진 83.5 ~ 70.6 Ma의 무게를 켜켜이 품은 무대였습니다. 바람은 낮게 흘렀고, 생명들은 한 걸음씩 서로의 리듬을 살피며 같은 계절을 건넜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은 한 지역의 풍경과 한 시대의 호흡을 함께 증언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펠레그리니사루스 계통의 몸은 같은 땅의 이웃들과는 다른 질서로 짜인, 오래된 선택의 결과로 그려집니다.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세워졌다는 암시는, 거대한 체구마저 하루하루의 생존 앞에서 세밀해져야 했음을 들려줍니다. 어쩌면 그 조용한 설계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끝내 살아남기 위한 절제의 문법에 가까웠습니다. 펠레그리니사루스 포엘리,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캄파니아절의 General Roca에서는 라프라타사우루스 아라카니쿠스와 펠레그리니사우루스가 같은 지평을 나누며 서로의 길을 읽었을 듯합니다. 또한 아베리사루스 코마휀시스와 마주한 시간에는, 처음부터 다른 체형 설계 철학이 거리와 동선을 섬세하게 갈라 놓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이 땅의 긴장감은 충돌의 함성보다, 서로의 자리를 비켜 주며 유지된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남겨진 화석이 단 한 건이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의 기억이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초상으로 다가옵니다. 아직 말해지지 않은 장면들은 지층 깊은 곳에서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으며, 다음 발굴의 손길을 기다리는 중입니다. 여전히 작은 여백 하나가 우리를 먼 과거로 이끌고, 그 침묵은 오히려 더 또렷한 기대를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