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한 남반구의 숨결, 뢰토사루스 브로으네
돌바람이 스치는 고원의 심장에서 뢰토사루스 브로으네는 느리지만 깊은 박동으로 시대를 건넙니다. 학명 뢰토사루스 브로으네는 그 묵직한 발걸음 위에 얹힌 오래된 서약처럼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호주 애버딘의 지층을 쓰다듬으면, 마른 빛과 푸른 식생이 번갈아 지나가던 계절의 결이 먼저 다가옵니다. 옥스퍼드절에서 키메리지절로 이어지는 161.2 ~ 155.7 Ma, 대지는 길게 숨을 고르며 초식 거인의 하루를 받아냈을 것입니다. 비로소 그 땅의 공기는 무게와 인내를 함께 품은 채 조용히 출렁이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뢰토사루스 계통이라는 이름 안에는, 빠른 한순간보다 오래 버티는 체형의 문법이 은은하게 스며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존은 격렬한 돌진이 아니라, 같은 먹이길을 잃지 않고 이어 가는 끈질긴 리듬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거대한 몸은 힘의 과시보다 지속의 지혜를 먼저 품었을 것입니다. 헤스페로사루스 므조시와 뢰토사루스 브로으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옥스퍼드절의 하늘 아래, 헤스페로사루스 므조시와 쿵키느고사루스 쟝벤시스도 각자의 대지를 걸었습니다. 서로 다른 계통의 체형과 방어의 출발점은 정면의 다툼보다 동선의 분리를 이끌었고, 숲의 가장자리와 열린 평원을 나누는 질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생태계는 누군가의 독주가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균형으로 유지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가 남긴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의 깊은 시간이 간직한 희귀한 증거로 다가옵니다. 1926년 Longman이 이름을 붙인 뒤에도 뢰토사루스 브로으네는 완결된 초상 대신 은은한 실루엣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발굴이 시작될 때마다, 잠든 장면 하나가 다시 호흡을 되찾으리라는 기대가 조용히 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