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능선에 맺힌 숨결, 쉉미사루스 길모레
쉉미사루스 길모레라는 이름은 오래 눌린 지층이 비로소 내어 준 한 줄기 호흡처럼 들립니다. 2003년 You 외가 붙인 이 학명은 한 생물의 윤곽을 넘어, 백악기 중반의 시간을 다시 걷게 하는 문이 됩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비아절에서 세노마니아절로 건너가던 105.3 ~ 99.6 Ma, 중국 Beipiao의 땅은 느린 바람과 무거운 침묵을 켜켜이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평원 위의 하루는 서두르지 않고 흘렀고, 쉉미사루스 길모레의 발걸음 또한 그 리듬 속에서 조용히 전개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쉉미사루스 계통으로 이어진 몸의 틀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오래 버티기 위해 다듬어진 선택의 결과로 그려집니다. 체형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 역시 고단한 생존의 습관이었고, 어쩌면 그 세밀한 조율이 이 생명의 시간을 붙들었을지도 모릅니다. 보레로사루스 이마니와 쉉미사루스 길모레,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시기, 같은 Beipiao 권역에서 보레로사루스 이마니와 쉉미사루스 길모레는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먹이와 이동의 결을 나누며 거리를 조정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르카케라톱스 오시매 또한 같은 시대의 압력 속에서 층위를 달리 쓰며, 서로의 자리를 존중해 비켜 간 풍경이었을 모습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이 공룡이 남긴 화석 흔적은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내지만, 그것은 모자람이 아니라 지구의 깊은 시간이 간직한 희귀한 증언으로 남습니다. 여전히 열리지 않은 암석의 페이지가 다음 장면을 건네는 날, 쉉미사루스 길모레의 하루는 지금보다 더 선명한 온도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