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바람의 은둔자, 난슈느고사루스 보흐리니
난슈느고사루스 보흐리니라는 이름은 1997년 동과 위가 붙여 주었지만, 그 존재는 훨씬 앞선 시간의 침묵 속에서 먼저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간쑤의 메마른 공기와 느린 발자국이 겹쳐지며 오래 살아남은 생의 기척이 잔잔히 번져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비아절의 대지는 중국 간쑤에서 바람과 흙빛을 오래 섞어 올리며, 생명과 정적이 함께 숨 쉬는 풍경을 펼쳐 보입니다. 그 장면은 112.03 ~ 109 Ma의 깊이를 따라 지층에 눌려 남았고, 비로소 우리는 돌의 결에서 당시 생태계의 온도를 더듬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난슁고사우루스 계통의 몸은 한순간의 과시보다 오래 버티는 균형을 택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체형과 방어 구조를 다듬는 길은 거친 승부의 외침이 아니라, 반복되는 위협을 견디려는 조용한 결심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생의 설계는 날카로운 단절 대신 부드러운 조율로 전개됩니다. 아르카케라톱스 오시매와 난슈느고사루스 보흐리니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알비아절의 간쑤와 수베이 권역에는 아르카케라톱스 오시매와 엑이주부스 노르마니가 나란히 발자국을 남긴 모습이 그려집니다. 난슁고사우루스 계통과 아르케오케라톱스 계통, 그리고 엑이주부스 계통은 출발선의 체형 철학이 달랐기에,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서로의 동선을 존중하며 비켜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그 평원은 충돌의 함성보다 거리와 타이밍을 맞춘 공존의 리듬으로 기억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공룡을 전하는 화석 흔적은 단 1건, 지구 역사가 쉽사리 내어주지 않은 희귀한 증거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적막해 보이는 빈칸조차 결핍이 아니라 베일이며, 간쑤의 지층은 아직 펼치지 않은 장면을 조용히 품고 있는 모습입니다. 언젠가 다음 발굴이 그 베일을 한 겹 걷어 내면, 난슈느고사루스 보흐리니의 하루도 더 따뜻한 윤곽으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