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는 새벽의 순례자, 크식시포사루스 수니
먼 옛 루펑의 흙빛 들판에서, 이 이름은 거친 시대를 가볍게 건너는 숨결처럼 떠오릅니다. 크식시포사루스 수니는 거대한 포효보다 오래 버티는 걸음을 택한 존재로 그려지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헤탕절에서 시네무르절로 이어지는 201.3 ~ 190.8 Ma의 시간은, 중국 루펑의 지층 위에 젖은 안개처럼 천천히 내려앉습니다. 비로소 새벽빛이 능선을 타고 번지면, 흙과 바람의 결 사이로 작은 떨림 하나가 하루를 열었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짧지 않은 지구의 계절이 조용하고도 묵직하게 전개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 동물의 몸은 화려함보다 균형을 사랑했고,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은 급한 힘보다 오래 움직이기 위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한 걸음은 가볍고 다음 걸음은 신중해져, 위험을 비켜 가는 리듬이 몸 안에 천천히 새겨졌을 듯합니다. 어쩌면 그 절제된 체형이야말로 거친 계절을 견디게 한 가장 조용한 기술이었습니다. 시노사루스 트랴스시쿠스와 크식시포사루스 수니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헤탕절의 같은 루펑 권역에는 시노사루스 트랴스시쿠스와 윤나노사루스 훠느기가 함께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크식시포사루스 수니는 거대한 이웃과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서로 다른 체형의 프레임과 거리 감각으로 자리를 나눠 썼을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평원 위의 긴장은 남아 있었지만, 그 긴장은 파괴보다 공존의 질서를 빚는 쪽으로 흘렀습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세상에 남은 흔적이 단 한 점이라는 사실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오래 감춰 둔 희귀한 속삭임에 가깝습니다. 2010년 Sekiya가 이 이름을 세상에 올린 뒤에도, 크식시포사루스 수니는 많은 장면을 베일 속에 품은 채 다음 발굴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끝맺기보다, 아직 열리지 않은 지층의 문장으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