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협곡의 낮은 맥박, 크숸하노사루스 키릭신시스
크숸하노사루스 키릭신시스라는 이름은 바위 틈을 스치는 바람처럼 길고 조용하게 남습니다. 쥐라기 중기의 숨결을 품은 존재로, 한 걸음마다 오래된 시간의 결을 들려주는 모습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층이 천천히 갈라지면, 오늘의 중국 쓰촨에는 먼 옛날의 습한 공기와 흙 냄새가 먼저 피어오릅니다. 이 무대는 174.1 ~ 163.5 Ma의 쥐라기 중기에 걸쳐 이어졌고, 계절과 물길이 번갈아 평원을 다듬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크숸하노사루스의 그림자는 급히 번쩍이기보다, 오래 머물며 주변의 숨결을 읽는 쪽으로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이 공룡의 몸은 빠른 결정보다 버티는 균형을 먼저 택한 듯 그려집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을 운용하는 방식은 같은 압력 앞에서도 다른 생존의 문장을 만들어 냈고, 그 선택은 매일의 허기를 견디는 조용한 기술이었겠습니다. 비로소 형태는 장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닳고 다듬어진 마음의 언어가 됩니다. 오메사루스 중흐셴시스와 크숸하노사루스 키릭신시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쓰촨권의 시간대에서 오메사루스 중흐셴시스와 안휘롱 디뵌시스는 크숸하노사루스와 시선을 나누되, 한 자리에 오래 겹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거대한 이웃과 마주한 순간에도 서로는 층위와 동선을 조금씩 달리하며 평원을 나눠 썼고, 긴장은 충돌보다 거리의 예의로 남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그 조심스러운 비켜감 덕분에, 각자의 하루가 같은 하늘 아래서도 다르게 이어졌습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남겨진 화석 흔적이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가 끝내 감추어 둔 희귀한 서명처럼 다가옵니다. 1984년 Dong이 이 이름을 세상에 세운 뒤에도 이야기는 닫히지 않았고, 아직 돌 속에는 말해지지 않은 장면이 잠들어 있습니다. 여전히 다음 발굴의 손끝이 닿는 날, 크숸하노사루스의 하루는 더 또렷한 온기로 우리 앞에 돌아올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