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결을 씹어낸 순한 그림자, 아느구로마스타카토르 다볘시
아느구로마스타카토르 다볘시는 늦은 백악기의 가장자리에서 천천히 이름을 얻은 존재입니다. 2009년 Wagner와 Lehman이 붙인 이 학명은, 오래 잠들어 있던 시간의 숨결을 오늘로 데려오는 낮은 메아리처럼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기울어 가던 83.5 ~ 70.6 Ma, 오늘의 미국 브루스터에는 거친 바람과 묵직한 지층의 호흡이 계절처럼 오갔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공룡의 발자취는 한순간의 장면이 아니라, 오래 이어진 땅의 리듬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아느구로마스타카토르라는 계통의 몸은 같은 시대의 다른 계통과는 다른 설계 철학을 품고,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다르게 짜 올린 흔적으로 읽힙니다. 비로소 그 선택은 빠른 과시보다 하루하루를 버텨 내기 위한 고단하고도 정교한 생존의 문장으로 전개됩니다. 렙토린코스 갇디시와 아느구로마스타카토르 다볘시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브루스터의 같은 시절, 렙토린코스 갇디시와 사로르니토레스테스 랑스토니 또한 이 땅의 공기를 나눴습니다. 서로는 같은 평원을 지나면서도 같은 길을 고집하지 않았고, 어쩌면 시선을 주고받은 뒤 각자의 동선으로 조용히 비켜 갔던 모습입니다. 그 미세한 거리 두기 위에서 생태계의 균형은 오래 흔들리며도 끝내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아 있는 화석의 흔적이 단 한 번이라는 사실은 결핍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주 드물게 허락한 희귀한 증거입니다. 택손 148540이라는 작은 표식은 끝맺음이 아니라 다음 발굴이 채워 넣을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베일 속에 잠든 조각들이 깨어나는 날, 이 공룡의 생애는 더 또렷한 장면으로 다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