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남은 사냥의 서명, 고르고사루스 리브라투스
고르고사루스 리브라투스라는 이름은, 오래된 평원 위를 낮게 가르던 숨결처럼 천천히 다가옵니다. 1914년 Lambe가 붙인 이 이름은 한 생명의 윤곽을 넘어, 끝내 사라지지 않는 시간의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기울어 가던 계절, 지구의 무대에는 83.6 ~ 70.6 Ma의 긴 황혼이 전개됩니다. 오늘의 캐나다 Alberta와 미국 Blaine 일대는 그 시절, 젖은 흙냄새와 긴 그림자가 번갈아 흐르던 사냥의 들판이었을 것입니다. 비로소 우리는 지층의 결 사이에서, 그가 지나간 발걸음의 호흡을 듣게 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고르고사우루스라는 계통의 몸은 힘과 민첩 사이에서 매번 선택을 요구받았고, 그 선택은 곧 생존의 문법이 되었습니다. 머리와 몸, 다리의 리듬이 한순간 어긋나면 내일을 잃었을 터라, 이 포식자의 형태는 늘 절박한 균형 위에 세워졌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그 육체는 위협의 상징이기보다,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고단한 결심으로 그려집니다.
캄파니아절의 고르고사루스 리브라투스, 공존의 균형
같은 시기, 같은 땅의 공기 속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와 고르고사루스 리브라투스는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둘은 같은 포식의 자리를 나누되 정면의 충돌만을 택하기보다, 사냥의 타이밍과 이동 동선을 달리하며 평원의 질서를 유지했을지 모릅니다. 또한 코리토사우루스 카숴류스가 지나던 길목에서는 추격과 회피의 리듬이 엇갈리며, 서로의 자리를 남겨 두는 생태의 예의가 이어졌겠습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열두 번 드러난 화석의 흔적은 충분한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침묵을 남깁니다. 우리는 그 침묵을 빈칸이라 부르기보다, 지구가 아직 펼치지 않은 다음 장면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순간, Alberta와 Blaine의 흙결 속에서 이 사냥꾼의 하루가 더 또렷한 목소리로 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