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안개를 가르는 발자국, 카메로탸 보레리스
카메로탸 보레리스라는 이름은, 차가운 바람이 오래 머무는 대지의 숨을 조용히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1985년 Galton이 그 이름을 건네던 순간부터, 아주 먼 시대의 맥박이 오늘까지 잔잔히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레티아절의 끝자락, 오늘의 영국 Somerset에는 젖은 흙빛과 낮게 흐르는 빛이 하루를 감싸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무대는 208.5 ~ 201.3 Ma의 시간을 건너며, 생명들이 서로의 기척을 살피는 느린 긴장으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카메로탸 보레리스는 지층의 결 사이에서, 오래된 계절의 호흡으로 다시 걸어 나오는 듯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카메로탸라는 갈래에 놓였다는 사실은, 같은 환경의 압력 속에서도 자기만의 몸의 리듬을 가다듬어 왔다는 암시로 다가옵니다. 비로소 그 형태의 결 하나하나는 빠른 과시보다 오래 버티는 쪽으로, 정면의 충돌보다 유연한 회피 쪽으로 마음을 기울였을지 모릅니다. 진화는 한 번의 선언이 아니라, 매일을 견디며 다듬어진 생존의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레티아절의 카메로탸 보레리스, 공존의 균형
같은 레티아절의 영국에서 악노스피티스 크롬할렌시스와 아시로사루스 야렌시스가 곁을 지나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서로 다른 갈래였던 만큼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짜였고, 그래서 한 땅 위에서도 같은 길을 고집하기보다 조용히 동선을 나누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먹이 앞에서도 거칠게 밀어내기보다, 서로의 시간을 비켜 서며 균형을 지켜냈는지도 모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에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희귀한 문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카메로탸 보레리스는 완전히 닫힌 초상 대신 더 깊은 여운을 남기고, 다음 발굴이 어떤 표정의 시간을 데려올지 조용히 기다리게 합니다. 여전히 Somerset의 땅 아래에는, 아직 이름을 얻지 않은 하루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