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어깨를 지닌 순례자, 쿠부티사루스 인식니스
쿠부티사루스 인식니스라는 이름은 메마른 대지 위를 오래 건너온 거대한 발걸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는 힘을 과시하기보다, 시간을 견디는 몸의 리듬으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아르헨티나 Paso de Indios에 닿는 바람을 따라가면, 알비아절에서 세노마니아절로 이어지는 105.3 ~ 99.6 Ma의 층위가 천천히 열립니다. 비로소 돌의 결 사이에서, 먼 계절의 숨결을 머금은 쿠부티사루스의 하루가 서서히 전개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몸의 비율과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은 우연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고단한 선택이었습니다. 어쩌면 쿠부티사루스 계통의 문법은 같은 압력 속에서도 다른 선택지를 남기며, 땅의 리듬에 맞춘 자신만의 걸음을 완성해 간 모습입니다. 쿠부티사루스 인식니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알비아절의 Chubut 땅에서 티라노티탄과 파타고티탄 마룸의 동선이 맞물리자, 평원은 한순간의 전장이 아니라 조심스러운 거리 두기의 무대로 바뀝니다. 서로는 서로의 자리를 밀어내기보다 눈치와 리듬으로 비켜 갔고, 그리하여 먹이를 나누는 길과 지나가는 길은 겹치면서도 다르게 흘렀을 것입니다.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이 갈린 이웃들은 같은 바람을 맞으면서도 다른 생존의 박자를 이어 갔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겨진 화석 흔적이 단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장면처럼 다가옵니다. 1975년 del Corro가 이름을 붙인 뒤에도 이 이야기는 닫히지 않았고, 여전히 더 깊은 지층의 페이지에서 다음 문장이 잠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미래의 발굴은 이 조용한 거인의 걸음을 한층 또렷하게 밝혀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