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의 칼날을 두른 거인, 스피노사우루스
스피노사우루스는 강과 삼각주 주변 습지에서 육식자로 살아가던, 물가의 긴 그림자 같은 존재였습니다. 최대 14m에 이르고 약 7,400kg에 닿는 몸집은 둔중함보다, 환경을 밀어 가는 무게의 품위를 보여줍니다. 그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이 거대한 생은 땅과 물의 경계에서 다시 숨을 쉽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알비아절에서 투로니아절로 이어지는 113 ~ 93.5 Ma, 북아프리카의 물길은 길고 깊은 계절을 품고 흘렀습니다. Matruh와 Er Rachida, Al Jizah를 감싸던 습지는 한순간의 무대가 아니라, 세대가 겹쳐 지나가는 생존의 통로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스피노사우루스의 발자국은 장소의 이름보다 먼저, 젖은 공기의 결로 우리 앞에 다가옵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노 모양 꼬리는 물을 가르는 한 줄의 문장처럼 흔들렸고, 치밀한 뼈 구조는 물가에서의 삶을 오래 견디게 한 묵직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형질은 우연한 장식이 아니라, 사냥과 이동을 한 호흡으로 묶어야 했던 반수생의 하루를 조용히 증언합니다. 어쩌면 그의 몸은 강변의 압력에 맞춰 스스로를 다시 쓰며 살아남은, 오래된 설계도였을지도 모릅니다. 스피노사우루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권역에서 델타드로므스 아기리스가 달리는 그림자를 남겼고, 스피노사우루스는 물가의 리듬을 붙들며 서로 다른 거리를 지켰을 가능성이 큽니다. Matruh의 시간대가 겹치는 바하랴사우루스 이느겐스와는 더 가까운 긴장 속에서도,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운용 차이로 동선을 나눠 가졌으리라 그려집니다. 그래서 이 평원의 경쟁은 정면충돌의 함성보다, 서로의 사냥터를 읽고 비켜서는 정교한 균형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1915년 Stromer가 이름을 붙인 뒤에도, 스피노사우루스의 이야기는 닫힌 책이 아니라 아직 넘겨지는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이어진 18개의 화석 흔적은 결론을 못 박기보다, 같은 생이 얼마나 다양한 물가를 건넜는지 더 깊은 상상을 부릅니다. 여전히 남은 여백은 침묵이 아니라 약속이며, 다음 발굴의 손길에서 또 다른 숨결로 깨어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