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등선을 지나온 이름,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라는 이름은, 한 시대의 숨결이 천천히 굳어 남긴 호흡처럼 들립니다. 세노마니아절의 문턱에서 투로니아절로 넘어가던 긴 시간 동안, 이 이름은 지층의 결 사이에 조용히 머물러 있습니다. 그리고 2002년 Dong이 붙인 명명은 오래 잠들었던 생의 박동을 오늘로 데려오는 울림입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중국 Beipiao의 땅을 감싸던 공기는 뜨겁고도 느리게 흘렀고, 모래와 진흙의 층은 계절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냈습니다. 비로소 세노마니아절에서 투로니아절, 100.5 ~ 89.8 Ma의 시간은 한 줄의 숫자가 아니라 생명들이 자리를 고르고 물러나던 긴 장면으로 전개됩니다. 그 풍경 한가운데에서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의 발걸음은 크지 않아도 분명한 결을 남기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같은 크릭톤사루스 계통으로 묶여도, 체형을 다루는 방식과 머무는 자리는 섬세하게 갈라집니다. 그리하여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의 몸은 빠르게 과시하기보다, 환경의 압력에 맞춰 이동과 방어의 순서를 조율해 온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진화는 거대한 도약보다 이런 미세한 조정에서 오래 버티는 힘을 건네주었고, 그 조용한 설계가 끝내 생존의 문장을 완성합니다. 크릭톤사루스 벤크셴시스와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세노마니아절의 Beipiao에는 크릭톤사루스 벤크셴시스가 나란히 숨 쉬었고, 가까운 계통 안에서도 동선과 서식 전략은 서로 다르게 흘렀습니다. 또한 아렉트로사루스 올세니와 시기와 권역이 겹치며, 누가 밀어내기보다 각자의 우선순위에 따라 길을 나누는 균형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그 평원은 충돌의 무대가 아니라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가던 정교한 공존의 무대였을 것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이름이 남긴 흔적은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낸 희귀한 증거로,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밀도 높은 속삭임입니다. 여전히 Beipiao의 더 깊은 층위에는 말해지지 않은 장면들이 베일처럼 접혀 있고, 우리는 그 침묵을 서둘러 닫지 않습니다. 미래의 발굴이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는 날, 크릭톤사루스 보흐리니의 이야기는 지금보다 더 넓은 호흡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