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오래 품은 초원의 심장, 다코타돈 라코탠시스
다코타돈 라코탠시스라는 이름은 발랑기니아절의 풀잎 사이를 낮게 스치던 숨결을 떠올리게 합니다. 거대한 함성보다, 묵직한 보폭으로 초식을 이어 가던 인내가 이 이름 안에 오래 맴돕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지층의 어두운 결을 따라 내려가면 시간은 139.8 ~ 132.9 Ma의 발랑기니아절로 천천히 열립니다. 그리하여 먼 훗날의 우리는 그 시대의 공기를 손끝으로 더듬듯, 다코타돈이 지나간 자리를 조용히 바라보게 됩니다. 한 번 스쳐 간 생의 흔적조차 대지는 깊이 품고 있었던 모습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다코타돈은 초식 공룡으로서, 빠르게 자라나는 식생과 계절의 변덕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삶의 기술로 다듬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게중심을 다루는 방식과 골격의 비율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매일의 굶주림을 건너기 위한 고단한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어쩌면 그 걸음 하나하나가 살아남기 위해 내놓은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대답이었겠습니다.
다코타돈 라코탠시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발랑기니아절의 하늘 아래, 힙시로포돈 폭시는 영국 Isle of Wight에서, 케다로사루스 에스콥패는 미국 Grand와 Wise에서 각자의 길을 열어 갑니다. 서로 같은 시간축을 공유했어도 몸의 설계와 움직임의 우선순위가 달라, 먹이와 이동의 리듬은 자연스레 갈라졌을 것입니다. 비로소 이 장면은 대결보다 공존에 가깝고, 서로의 자리를 존중하며 비켜 가는 생태의 균형으로 읽힙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종을 전하는 화석은 1건뿐이어서,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끝내 아껴 둔 희귀한 증언처럼 다가옵니다. 1989년 Weishampel과 Bjork가 이름을 붙인 뒤에도, 다코타돈의 서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채 지층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래의 발굴은 결핍을 메우는 일이 아니라, 오래 잠든 문장을 다시 이어 쓰는 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