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람원을 가르는 그림자, 딜로포사우루스
그 이름은 초기 쥐라기의 젖은 바람 속에서, 먹이를 쫓던 침묵의 결로 떠오릅니다. 그리고 1954년 Welles의 명명 이후, 오래된 지층의 숨결은 이 포식자의 걸음을 오늘까지 조용히 전해 줍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시네무르절에서 플린스바키아절로 이어지는 199.3 ~ 182.7 Ma, 하천과 범람원은 계절마다 얼굴을 바꾸며 생명의 무대를 넓혀 갔습니다. 물길이 불었다가 물러난 자리마다 긴장과 기회가 번졌고, 딜로포사우루스는 그 리듬 위로 비로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최대 6m의 몸과 약 400kg의 체구는 거친 환경에서 사냥의 순간을 붙잡기 위한, 고단하지만 정교한 선택이었습니다. 육식성으로 산다는 일은 늘 타이밍과 인내를 요구했기에, 그 하루는 짧은 돌진과 긴 기다림이 교차하는 장면으로 전개됩니다.
딜로포사우루스가 남긴 공존의 결
같은 시네무르절의 하늘 아래, 쾨로피시스 칸타카태와 윤나노사루스 로부스투스도 저마다 다른 결의 생존법을 이어 갔습니다. 어쩌면 쾨로피시스와는 사냥의 시간대를 비켜 긴장을 낮추고, 윤나노사루스와는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달리한 채 서로의 자리를 존중했을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거대한 포식자를 가리키는 화석 흔적은 세 차례만 모습을 드러내며,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장면처럼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덜 열린 지층의 페이지가 있기에, 미래의 발굴은 딜로포사우루스의 하루를 더 선명한 숨결로 되살려 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