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절벽의 사냥 그림자, 에베리사루스 메피
에베리사루스 메피는 알레니아절의 바람이 바조시안절로 기울던 긴 시간 위에 조용히 모습을 올립니다. 단 한 번 남은 화석 흔적조차 이 이름을 작게 만들지 않으며, 오히려 지층 깊은 곳에서 더 또렷한 울림으로 번져 갑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오늘의 아르헨티나 추부트를 감싼 흙결을 따라가면, 174.1 ~ 168.4 Ma의 계절이 서서히 되살아납니다. 알레니아절에서 바조시안절로 이어지는 그 평원에서는 바람과 먼지 사이로 포식자의 낮은 동선이 길게 이어졌을 것입니다. 비로소 땅은 생존의 무게를 품은 무대로 열립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에오아벨리사우루스 계통이라는 뿌리는 몸의 틀과 방어의 결을 처음부터 다르게 빚어낸 선택으로 그려집니다. 에베리사루스 메피의 육식 생활은 거친 돌진만이 아니라, 사냥의 순간을 끝까지 아끼는 절제와 인내로 전개됐을 모습입니다. 그리하여 이 존재의 형태는 과시보다 생존에 가까운 언어를 말해 줍니다.
에베리사루스 메피가 남긴 공존의 결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는 같은 시기의 남미 대지에서, 서로 다른 체형과 방어 방식으로 자원을 나누며 비켜 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정면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타이밍과 길목을 달리하는 거리감이야말로 그 시대의 균형을 지탱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더 늦은 시기의 티라노티탄은 같은 추부트 권역에서 또 다른 포식의 결을 남기며, 한 지형이 여러 생존 전략을 품었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남아 있는 흔적이 하나라는 사실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장면입니다. 그래서 에베리사루스 메피의 이야기는 닫힌 결말이 아니라, 미래의 발굴이 이어 써야 할 다음 문장으로 남아 있습니다. 여전히 추부트의 더 깊은 층위 어딘가에서, 이 고요한 포식자의 하루가 다시 빛을 만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