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가장자리에서 깨어난 이름,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
이 이름은 네우켄의 오래된 숨결을 품은 채, 쥐라기 중기의 무대 위로 조용히 걸어 나옵니다. 한 번의 드러남만으로도 존재감이 선명해, 시간의 장막을 천천히 젖히는 주인공처럼 다가옵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아르헨티나 Neuquen의 지층은 알레니아절에서 바조시안절로 넘어가는 느린 호흡 속에 171.6 ~ 168.4 Ma의 긴 오후를 품고 있었습니다. 먼지와 바람, 얕은 물길이 교차하던 그 땅에서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는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자기 시간을 밀어 올렸을 모습입니다. 비로소 이 장면은 연대와 지명을 넘어, 하루를 버티고 내일을 건너는 생명의 리듬으로 전개됩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이사베르리사우라의 몸은 체형 프레임과 거리 운영 방식을 섬세하게 조율한 결과로 그려집니다. 그리하여 같은 환경 압력 아래에서도 골격 비율과 무게중심의 쓰임을 달리하며, 위험과 기회를 나누어 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화는 거대한 승리 선언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 축적된 조용한 문법이었을 것입니다. 에베리사루스 메피와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의 무대에는 에베리사루스 메피가 또렷한 그림자로 서 있었고,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는 그 곁에서 서로의 거리를 읽었을 듯합니다. 정면의 격돌보다 동선을 살짝 비켜 내며, 각자의 체형이 허락하는 구획을 나누는 하루가 이어졌을 모습입니다. 그리고 네우켄의 더 넓은 장면에서는 테라느고스포두스 판데미쿠스가 남긴 흔적과 함께, 같은 공간의 압력 속에서도 서로 다른 선택이 공존했음을 조용히 들려줍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 손에 닿는 것은 단 한 번 모습을 드러낸 희귀한 흔적이며, 그래서 오히려 지구 역사가 숨겨 둔 귀한 페이지처럼 빛납니다. 2017년 Salgado 외 연구진이 붙인 이름은 끝맺음이 아니라 시작에 가깝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계절들은 지층 아래에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순간, 이사베르리사라 몰렌시스의 삶은 지금보다 더 넓은 문장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