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안개를 가르는 능선의 잠행자, 레산사루스 캰엔시스. 레산사루스 캰엔시스라는 이름은 거친 시대를 크게 외치지 않고, 오래된 평원의 숨결을 낮게 이어 주는 호명으로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중국 Qianwei의 땅을 스치는 바람은 옥스퍼드절의 결을 품은 채, 163.5 ~ 157.3 Ma의 깊은 시간을 천천히 밀어 올립니다. 비로소 지층의 층면이 젖은 빛을 드러내면, 생명들은 서두르지 않은 걸음으로 서로의 거리를 읽으며 하루를 건너갑니다. 그 풍경의 중심에서 레산사루스 캰엔시스는 한순간의 포효보다 긴 침묵으로 존재를 남기는 모습입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레산사루스 계통으로 이어진 이 존재는 처음부터 같은 틀을 나누지 않았고,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부터 다른 문장으로 자신을 빚어 왔습니다. 그리하여 몸의 선택 하나하나는 과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한 다짐이 되고, 어쩌면 그 고단한 조율이 이 이름을 끝내 살아남게 했을지 모릅니다. 레산사루스 캰엔시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시기 같은 권역에서 쿵키느고사루스 쟝벤시스가 거대한 이웃으로 머무를 때, 레산사루스 캰엔시스는 정면의 충돌보다 서로의 층위를 나누는 길을 택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리무사루스 이넥스트리카비리스와는 분류의 출발점이 달라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다르게 자라났고, 평원 위 동선도 자연스레 갈라져 전개됩니다. 여전히 이 장면은 승패의 함성보다, 같은 하늘 아래 자리를 비켜 주는 정교한 균형으로 읽힙니다.
미래가 채워야 할 페이지
남아 있는 화석이 1건뿐이라는 사실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의 긴 역사 속에서 아주 드물게 허락된 봉인처럼 다가옵니다. 2009년 Li 외가 붙인 이름은 끝이 아니라 문을 여는 첫 장이었고, 아직 잠든 지층은 다음 만남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의 발굴은 이 희귀한 존재의 호흡을 더 선명히 불러내어, 우리가 듣지 못한 옥스퍼드절의 밤을 다시 들려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