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붉은 강가의 침묵을 가르는 그림자, 크일메사루스 쿠르리. 크일메사루스 쿠르리는 짧은 흔적만으로도 오래 시선을 붙잡는, 늦은 백악기의 낮고 깊은 숨결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아르헨티나 Rio Negro의 지층을 더듬으면, 캄파니아절에서 마스트리흐트절로 이어지는 83.5 ~ 66 Ma의 저녁빛이 천천히 펼쳐집니다. 바람과 침묵이 번갈아 쌓이던 그 땅에서 하루의 움직임은 계절의 경계를 건너, 생존의 리듬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이름은 뼈의 무게를 넘어, 풍경이 간직한 시간의 온도로 다가옵니다.
생존을 위한 정교한 설계 크일메사루스의 몸은 화려한 과시보다 버텨 내는 효율을 택한 쪽에 가까웠으리라 그려집니다. 포식의 길 위에 선 존재였기에, 접근과 이탈 사이에서 힘을 아끼는 절제가 곧 생존의 문법이 되었을 모습입니다. 어쩌면 그 조용한 절제야말로, 거친 시대를 통과하는 가장 단단한 선택이었습니다. 아스트로랍토르 카바재와 크일메사루스 쿠르리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Rio Negro의 시공간에서 아스트로랍토르 카바재는 크일메사루스와 비슷한 역할을 나누며, 사냥의 순간을 달리해 서로의 자리를 비켜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스파리니사라 킨코살텐시스는 처음부터 다른 체형의 문법으로 평원을 읽었기에, 같은 지평선 아래서도 삶의 높이와 속도를 달리했을 모습입니다. 비로소 그 시대의 균형은 충돌보다 간격으로 유지되었고, 각자의 동선이 맞물리며 하나의 생태계가 전개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2001년 Coria가 이 이름을 세상에 세웠을 때, 우리에게 다가온 화석은 단 한 차례 모습을 보인 희귀한 증언이었습니다. 적음은 빈칸이 아니라, 지구의 기억이 쉽게 열어 보이지 않는 비밀의 결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Rio Negro의 더 깊은 층위 어딘가에서 다음 장면이 기다리고 있으며, 미래의 발굴은 이 고요한 서사를 한 문장 더 이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