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끝에 새긴 이름, 세기사루스 할리
세기사루스 할리는 거대한 시대의 소음을 가르며, 가볍고 예민한 생존의 기척으로 다가옵니다. 1936년 Camp가 이 이름을 건넨 순간, 오래 잠들어 있던 한 존재의 박동이 다시 시간 위로 떠올랐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미국 코코니노의 지층을 스치는 바람은 플린스바키아절에서 토아르시안절로 이어진 긴 숨, 곧 190.8 ~ 174.1 Ma의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입니다. 모래와 암석 사이로 남은 자취는 넓은 대지의 적막을 깨우고, 작은 몸짓 하나가 생태계의 결을 어떻게 바꾸는지 조용히 들려줍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세기사우루스 계통의 몸짓은 힘을 과시하기보다, 낯선 지형을 먼저 읽고 길을 고르는 선택으로 전개됩니다. 그리하여 움직임과 경계의 리듬이 한 몸 안에서 조율되었고, 살아남기 위한 설계는 화려함보다 정확함을 택했을 모습입니다. 세기사루스 할리,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플린스바키아절의 이웃, 세탇 뤠스시 세탇와 마주한 코코니노 권역에서 세기사루스 할리는 정면의 충돌보다 서로의 동선을 비켜 가는 균형을 익혔을 가능성이 큽니다. 분류의 결이 다른 두 존재는 이동과 방어의 우선순위를 달리 세우며, 한 평원을 각자의 방식으로 나눠 썼을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지역의 더 이른 장면에 남은 스쿠텔로사루스 라으레리의 자취는, 이 땅에서 생존의 설계가 얼마나 다양한 문장으로 이어졌는지 은은히 증언합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세기사루스 할리에게 남은 화석 흔적은 단 한 건이지만, 그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아껴 둔 희귀한 페이지입니다. 어쩌면 코코니노의 아직 닿지 않은 층위 어딘가에서, 이 조용한 주자의 하루가 더 길고 선명한 이야기로 깨어날지 모릅니다. 여전히 남겨진 여백은 끝이 아니라, 미래의 발굴이 채워야 할 다음 장면으로 우리를 천천히 이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