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위에 새긴 이름
모래바람에 등을 세운 순례자, 스피노포로사루스 니게렌시스. 스피노포로사루스 니게렌시스라는 이 이름은, 오래된 대지의 침묵 속에서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숨결처럼 들립니다.
고대의 풍경이 열리다 지층은 바조시안절에서 바토니아절, 곧 170.3 ~ 166.1 Ma의 시간을 천천히 펼쳐 보입니다. 그 결 위로 니제르 북동부 Tchirozerine (NE)의 풍경이 떠오르고, 메마름과 생명의 기척이 한 장면 안에서 함께 흔들립니다. 비로소 우리는 한 종의 발걸음이 남긴 느린 리듬을 따라 그 시대의 공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스피노포로사우루스 계통이라는 출발점은, 살아남기 위해 몸의 문장을 신중히 다듬어 온 시간의 선택으로 읽힙니다. 기본 체형과 방어 구조는 과시를 위한 장식이 아니라, 긴 압력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를 단단히 묶어 낸 결심에 가깝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생존은 급한 돌진보다 오래 버티는 호흡으로 전개됩니다. 메가로사루스 북크란디와 스피노포로사루스 니게렌시스가 나눈 공존의 거리 같은 바조시안절의 하늘 아래에서도 메가로사루스 북크란디는 영국의 여러 땅에서, 아나롱 퀀진시스는 중국 루펑에서 각자의 길을 그렸습니다. 스피노포로사우루스 계통과 메갈로사우루스 계통, 그리고 아나롱의 갈래는 체형과 방어의 우선순위가 달랐고, 그래서 동선 또한 자연스럽게 갈라졌습니다.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서로의 자리를 비켜 주는 거리감, 그 섬세한 균형이 당시 생태계를 조용히 지탱한 모습입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지금 우리 손에 닿는 화석 흔적은 단 한 건, 그래서 이는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 역사가 어렵게 남긴 희귀한 증거로 다가옵니다. 2009년 Remes 외의 이름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하루가 어떤 빛과 소리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깊은 베일 속에 잠들어 있습니다. 어쩌면 다음 발굴의 순간, 그 여백은 새로운 장면으로 깨어나 우리 앞에 다시 펼쳐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