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지층을 건너는 거인의 보폭,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라는 이름은, 땅 위에 남은 커다란 보폭이 시간의 파문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을 들려줍니다. Shuler가 1935년에 붙인 이 이름은 한 생명만이 아니라, 오래된 대지 전체의 호흡을 함께 불러내는 울림입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쥐라기에서 백악기 전기로 건너가던 201.3 ~ 100.5 Ma, 지금의 미국 코만치와 메디나, 소머벨 일대의 지층은 젖은 흙과 마른 바람을 번갈아 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발은 스쳐 지나가지 않고, 땅의 결에 눌려 오래 남는 문장처럼 새겨졌습니다. 비로소 우리는 그 자국을 따라, 사라진 평원의 공기를 천천히 들이마시게 됩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그랄라토르 (으브론테스)라는 계통의 발걸음 문법은, 빠르게 내딛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고단한 선택을 보여줍니다. 발가락의 간격과 보폭의 리듬으로 드러나는 몸의 중심에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던 생존의 결이 스며 있습니다. 어쩌면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는 거칠어진 지면마다 무게를 달리 실으며 오늘에서 내일로 이어지는 길을 만들었을 모습입니다.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와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 같은 무대의 공존 같은 계통으로 이어지는 안키사리푸스 밀포르덴시스와 그랄라토르 다마네를 떠올리면, 이들은 서로를 밀어내기보다 다른 속도와 다른 동선으로 평원을 나눠 썼을 가능성이 그려집니다. 누군가는 더 가볍게, 누군가는 더 길게 움직이며 같은 자원을 동시에 움켜쥐지 않으려 비켜갔고, 그리하여 긴장은 파괴가 아니라 균형으로 전개됩니다. 서로의 그림자를 읽으며 거리를 조정하던 그 장면은, 경쟁조차 공존의 또 다른 얼굴이었음을 조용히 증언합니다.
지층이 숨긴 질문들 아홉 번 포착된 흔적은 충분함의 표식이라기보다, 지구가 일부러 남겨 둔 짧은 속삭임처럼 느껴집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층위 어딘가에는 이 발걸음의 시작과 끝을 잇는 장면이 여전히 잠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미래의 발굴이 그 침묵의 사이를 메우는 날, 으브론테스 그렌로센시스의 시간은 다시 한 번 우리 앞에서 조용히 움직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