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새긴 가느다란 행진, 그랄라토르 다마네
그랄라토르 다마네라는 이름은 오래된 평원 위를 스치듯 건너던 걸음의 리듬을 떠올리게 합니다. 같은 그랄라토르 (으브론테스) 계통의 결을 지닌 이 존재는 거칠게 드러나기보다, 시간을 조용히 누르며 지나간 그림자로 다가옵니다.
시간의 문턱을 넘어
시네무르절의 LS 지층에 빛이 번지면, 199.3 ~ 190.8 Ma의 공기는 따뜻한 숨과 차가운 긴장을 함께 품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젖은 땅과 단단한 지면이 번갈아 이어지는 그곳에서, 작은 발걸음 하나가 하루의 시작과 끝을 천천히 잇는 모습입니다.
진화가 남긴 고유한 문법
그랄라토르 (으브론테스)라는 같은 틀 안에서도 살아남는 방식은 하나가 아니었고, 몸의 균형과 보폭의 선택은 곧 생명의 문장으로 다듬어졌습니다. 그랄라토르 다마네 역시 과시보다 효율을 택한 듯, 필요한 순간에 속도를 모으고 불필요한 소모를 줄이는 리듬으로 삶을 전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랄라토르 다마네, 경쟁 대신 공존을 택한 리듬 같은 시기 같은 LS의 하늘 아래, 오투페푸스 데크리비스는 그랄라토르 다마네와 닮은 골격의 언어를 나누면서도 서로 다른 체급과 이동 습관으로 길을 달리했을지 모릅니다. 또 다른 동시대의 친족인 그랄라토르 파루스트리스까지 더해지면, 평원은 충돌의 무대보다 미묘한 간격의 예술이 되고 어쩌면 먹이와 시간대를 나누며 서로의 자리를 비켜 주는 균형이 이어졌겠습니다.
잠들지 않은 여백
이 존재를 둘러싼 흔적이 단 한 차례만 남아 있다는 점은 부족함이 아니라, 지구가 쉽게 내주지 않은 희귀한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1970년 Ellenberger가 이름을 붙인 뒤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잠든 지층 어딘가에서 다음 페이지가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